[일반인 위한 법의학 소개서 ‘죽은 자의 말을 듣는 눈’ 펴내]
나주영 양산부산대병원 병리학과 교수

신안 염전 40대 부검서 유전자돌연변이 발견
죽은 사람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
모르고 지냈을 유전병, 여동생에게 알려줘

고독사, 50대가 많고 혈중알코올 높아
광주·부산에서 직접 경험한 128케이스 분석
사회망 강화·음주대책 강조한 논문 발표

기자명 양산=최준석 기자 (iohcsj@gmail.com)
나주영 양산부산대병원 병리학과 교수. [사진=성유숙 기자]
나주영 양산부산대병원 병리학과 교수. [사진=성유숙 기자]

법의학자 나주영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교수 이름은 전남 화순에서 처음 들었다. 전남대학교 의대 출신인데, 부산대병원에서 일하고 있고, 잘한다고 했다. 화순전남대병원 김형석 의생명원구원장(병리학자)이 그런 말을 했다. 얘기를 들은 게 지난 1월 17일. 그로부터 며칠 지나 나주영 교수 기사가 석간 신문 문화일보에 크게 나온 걸 봤다. 한국인 고독사에 관한 논문을 썼는데, 그걸 소개하는 기사였다. ‘고독사한 사람 63%에서 음주운전 면허정지 이상의 혈중알코올이 확인됐다, 사회망 강화와 함께 음주 대책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양산부산대병원 대외협력팀 이소연 씨를 통해 인터뷰 요청을 했다. 인터뷰 날짜를 정한 뒤에 그가 아주 최근에 신간을 낸 걸 알았다. 책 제목은 ‘죽은 자의 말을 듣는 눈’. 나 교수를 만난 이유가 더 많아졌다. 3월 3일 경남 양산으로 나 교수를 찾아갔다.

 

◇책은 어디에?=나주영 교수를 만난 장소는 병원 내 재활병원 2층 회의실이다. 나 교수에게 물어볼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새로 낸 책과, 고독사 논문 관련이다. 책을 낸 게 최근 일이니, 책에 관해 먼저 묻기로 했다. 책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나 교수는 안 갖고 왔다고 했다. 곤혹스러웠다. 책을 미리 챙겨보지 못했고, 그리고 저자를 만났음에도 책 실물을 보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기사를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나 교수는 책이 연구실에 있다고 했다. 장소를 옮겨서 연구실로 가서 인터뷰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가방을 챙겨 나 교수 연구실이 있는 의대 건물로 갔다. 의대 건물 5층에 연구실이 있었다.

『죽은 자의 말을 듣는 눈』, 나주영 지음, 드레북스 펴냄.
『죽은 자의 말을 듣는 눈』, 나주영 지음, 드레북스 펴냄.

부산대 의과대학은 부산 시내가 아니라, 양산에 있다. 지난 2008년에 부산에서 양산으로 옮겨왔다. 의대 건물은 깨끗했다. 연구실에 들어가니 서가에 푸른 색 책이 20권은 나란히 꽂혀 있었다. 나 교수가 건네 주는 책을 보니 표지에 ‘죽은 자의 말을 듣는 눈’이라는 검은 색 글자가 쓰여 있다. ‘Mortui vivos docent’라는 라틴어도 보인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가르친다’는 뜻이라고 했다. 179쪽 두께. 나 교수는 “일반인에게 법의학을 소개하고 싶어서 냈다”라며 “법의학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단편적으로들 알고 있다. 그래서 법의학 총론을 알기 쉽게 써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법의학 책은 사건 중심으로 내용을 서술한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하는 게 아니다”=사람들은 흔히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라거나 죽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부검한다고 생각한다. 나주영 교수는 “부검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죽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죽음을 조사하는 데에는, 사인 규명도 들어가 있고, 사망의 종류, 즉 타살인지 자살인지를 확인하는 일도 있다. 자살의 경우 주저흔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범구, 즉 범행에 쓰인 도구가 어떤 것인지를 추정하기 위해서도 부검한다. 피의자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칼에 찔렸다면 그 칼이 몸의 어디까지 들어갔고, 어떤 장기를 손상시켜서 사람이 죽었는지가 다 부검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에 포함된다. 이 모든 걸 확인하는 게 죽음에 대한 조사다. 그 안에 사인을 밝히는 게 들어가 있다. 그러니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한다는 말은 틀렸다. 사망을 조사하기 위해 부검한다고 법의학자는 말한다.” 나 교수는 부검은 죽은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부검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에 부검하는 게 아닐까? 나 교수는 이에 대해 “맞다”라며 “부검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한국에서는 법의부검이라는 걸 주로 한다”라고 말했다. 법의부검은 수사 목적으로 검사가 사체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청구하고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 그에 근거해서 진행한다. 나 교수는 “법의부검의 경우에는 유가족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유족 동의 없이 시신을 압수해서 검증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압수’ 수색이다. 법의 부검 말고 보험 등 사적인 목적으로 유가족 요청에 따라 하는 승낙 부검도 있다.

 

◇승낙 부검=한 사람이 병으로 죽은 경우, 질병과 관련된 보험에 가입해 있으면 사인 질병을 진단하는 목적으로 부검이 필요할 수 있다. 또 산재를 증명할 때 형법적인 절차와 상관 없이 부검을 한다. 나주영 교수는 “유가족 요청에 의해 시행되는 부검인데, 이를 승낙 부검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가족 요청으로 부검을 하는 병원이 한국에 몇 곳 있다. 부산에서 승낙 부검을 할 경우, 부산 의대 법의학연구소 부검실에서 한다. 부검 이후 법의학연구소 소속 교수가 현미경적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법의학연구소 소속 교수가 판독을 진행한다. 나 교수는 국과수 촉탁 의사이기도 하다. 승낙 부검은 지난해 경우 30건 정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45호 법의학자=나주영 교수는 전남 의대를 졸업했고, 법의학자가 되기 위해 병리학을 전공(2008~2012년)했다. 의대 재학 중 우연히 죽어가는 사람을 접하고 법의학자가 되기로 뜻을 정했다. 법의학 인정의 자격을 획득한 건 2011년이다. 법의학자는 전문의가 아닌 인정의 제도로 배출된다. 병리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일정 기간 법의학 실무를 경험한 후 인정의 시험을 통해 법의학 인정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그의 법의학 인정의 번호는 45번. 한국에서 배출한 45번째 법의학자라는 얘기다. 나 교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2012년 국가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가 5년을 일했다. 서울에서 2년 일하고 광주에서 3년 일했다. 이때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었다. 광주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이라고 하나, 광주과학수사연구소에 법의학자는 나 교수 한 사람뿐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역에 가까운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망자들을 검안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7년 세월호가 인양됐을 때는 마지막 사망자를 확인하는 일을 했다.

나 교수는 국과수에서 나와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임상교수로 2년간 일했고, 양산부산대병원에 온 건 2019년이다. 지금은 부산 의대 법의학교실 주임교수이고, 부산 의대 법의학연구소 소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부검을 100건 정도 했고, 지금까지 총 부검 건수는 2000건이 넘는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심장 이식을 많이 하는 ‘빅3’ 병원에 들어간다고 나 교수가 말했다. 서울의 아산병원, 삼성병원, 그리고 양산부산대병원이 심장 이식 빅3 병원이다. 심장 이식을 하려면 외과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심장 병리를 전공하는 의사가 필요하다. 나 교수는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심장 병리와 함께 대장항문 병리를 맡고 있다.

 

◇고독사=흔히 고독사라고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면 고독사라고 한다. 나주영 교수는 “고독사라는 말보다는 고립사가 더 맞다”라고 말했다. 고독이라는 말은 주관적이고 감정 요소가 들어가 있다. 혼자 죽은 건 맞지만 죽은 사람이 실제로 고독했는지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다. 그러니 고립되어 있는 가운데 죽었다는, 고립사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했다.

나 교수가 지난해 12월 ‘보건사회연구’에 발표한 논문 제목이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이다. 논문은 ‘새롭게 밝힌 내용’에서 이렇게 말한다. “50대 남성의 고독사가 가장 많았고, 이웃 및 건물 관리인이나 임대인이 시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 고독사 기준으로 시신 발견까지의 기간을 3일과 7일 기준으로 보는 경우 발견 기간은 각각 평균 26.6일, 39.9일이었다. 고독사의 63%에서 0.03% 이상의 알코올 농도(평균 0.109%)가 확인되었다.”

그는 “고독사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시신 발견까지의 기간을 서울, 부산은 3일, 대전과 충남은 7일 이상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행정기관이 통계를 내는데, 각기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나 교수는 이와 관련 “3일은 너무 짧으니 7일을 기준으로 하는 걸 내가 논문에서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주말 등 연휴가 있을 때는 사망 시점으로부터 사흘은 금방 지나간다는 것이다. 나 교수가 살핀 논문에서 고독사 케이스는 128건이다. 남자 108명, 여자 20명이다. 나 교수가 광주와 부산에서 직접 경험한 죽음을 분석했다.

 

◇“삼강을 연다”=법의 부검은 통상 4명이 팀을 이뤄 진행한다. 의사 한 명과, 해부를 도와주는 법의조사관 두 사람이다. 부검 중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다. 증거를 남겨야 하니 사진이 필요하다. 검사는 통상 부검 현장에 오지 않는다. 나 교수는 부검하는 걸 ‘삼강을 연다’라고 표현했다. 삼강은 두개강(머리), 흉강(가슴), 복강(배)이다.

나주영 교수는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는 장기들이 있는 곳이기에 이 세 군데는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다른 부분도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두개강, 즉 머리를 열어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이 있는지를 살핀다. 흉강을 열어서는 심장을 살핀다. 심근 경색, 폐렴 등 죽음과 관련된 원인을 확인한다. 기관지 안에 이물질이 있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식사하다가 음식물 기도 흡입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복강에서는 장기 파열이 있지 않은지 살핀다. 간경화가 있지는 않은지, 피를 토하고 해서 위와 창자 안에 혈액이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부검 시작 전 법의학자는 경찰과 ‘사전 인터뷰’한다. 시신이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발견되었는지, 시신 상태는 어땠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부검을 진행한다.

 

◇어느 60대 남자의 고립사=나주영 교수는 “고립사라고 하면 대개는 혼자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경우일 거라고 잘못 생각한다. 그런 게 많기는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재작년 양산부산대병원 바로 옆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진행한 60대 남자에 대한 법의부검이 그랬다. 나 교수가 재작년에 부검한 60대 남자 몸에서는 이상한 게 발견되었다. 자연사인 줄 알았다. 부검을 하다 보니 이마에 출혈이 있었다. 시체는 누운 채 발견되었기에 이마 부위 출혈은 어색했다. 뒤통수 쪽에 출혈이 보이는 건 자연스럽다. 죽으면 체내 혈액이 순환을 멈추니 혈관 안의 혈액이 밑으로 가라앉는다. 가라앉으면서 불그스름하게 보일 수 있다. 이를 시반이라고 한다. 부검을 계속 하니 이마뼈 골절이 있었고, 뇌출혈도 확인했다. 이렇게 되면 외력이 가해져서 사망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찰에 제시했다. 이렇게 부검을 마치고 경찰과 ‘사후 인터뷰’를 한다. 경찰에게 부검에서 발견한 걸 얘기해주는 과정이다. 수사의 방향을 알려주는 거다. 이후 경찰 수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 교수는 그에 관해 명확히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았다. 경찰은 일반적으로 수사를 해서 뭔가를 규명할 경우 부검의에게 그걸 알려주는 경우가 드물다고만 말했다.

 

◇신안 염전에서의 40대 남자의 죽음=나주영 교수가 기억하는 죽음 중 하나는 전남 신안의 한 염전에서 죽은 40대 남자다. 나 교수가 광주 국과수에서 일할 때인 2014년이었다. ‘염전 노예’라는 말이 당시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외딴 염전에 사실상 감금되어 노예처럼 일한다고 해서 염전 노예라고 했다. 신안은 한국 최고의 천일염 생산지이다. 2014년 장애인 두 명이 염전 노예로 일하다가 경찰에 의해 구출된 바 있다. 나 교수가 “염전이라는 곳이 외지고, 숙소도 읍내에 있는 게 아니라 염전 안에 있다. 열악하다”라고 말했다.

부검을 했더니,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죽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이 비대해지는 게 특징이다. 나 교수는 그걸 보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 남긴 마지막 선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형제 자매나 직계 존속에 비후성심근병증 환자가 있으면 자신도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같은 돌연변이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돌연변이가 있다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 치료를 하거나 관련해서 필요한 검사를 주기적으로 계속 받아야 한다. 죽은 40대 남자는 부모가 일찍 죽었고, 여동생이 한 명 있었다. 어렵게 살다보니 여동생과도 헤어져 살게 되었고, 그렇게 지내다가 사망하기 수 년 전에 다시 연락이 되었다. 가끔씩 전화로 안부를 묻고 살았다. 나 교수는 “부검을 하지 않았으면 비후성 심근병증이라는 걸 몰랐을 거다. 부검을 했기에 내 눈으로 보고 알 수 있었고,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여동생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죽은 자의 얘기를 듣자”=법의학 책은 왜 읽어야 할까? 법의학은 미스터리를 풀어내기에 흥미로운 줄은 안다. 나주영 교수는 “이 책 제목이 ‘죽은 자의 말을 듣는 눈’이다. 죽은 자의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는가를 쓴 거다”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계속 했다.

“사람마다 살면서 자신을 바꾸는 경험, 자신을 바꾸는 새로운 지식이 있을 거다. 독서나 영화와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지만 그런 거는 얼마 오래 가지 않는다. 우리 삶을 진짜로 변화시키는 경험은 대개 직접 경험한 거다. 모든 사람이 경험하지만 경험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게 죽음이다. 모든 사람은 죽지만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경험을 통해 죽음을 배울 수는 없다. 나는 살아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의 말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은 사람은 죽음을 경험하고 여러 가지를 우리에게 말한다. 일반인은 그가 하는 말을 들을 수가 없고, 그걸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부검을 하는 법의학자다. 죽은 자의 말을 듣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 법의학자가 하는 일이다. 그 말을 듣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법의학 강의=나주영 교수는 의과대학 학생은 물론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에게도 법의학을 강의한다. 또 장전동 부산대학교 캠퍼스에서 다른 학과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한다. 교양 선택 수업이고, 수업 이름은 ‘법의학자와 읽는 호메로스 이야기’다. 나 교수는 “의대생이나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 외에 다른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법의학을 소개하고 싶었고, 고전을 통해 법의학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소개하기 위해 호메로스 이야기와 함께 법의학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메로스가 쓴 대표적인 두 작품이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다.

‘일리아스’에 나오는 법의학적인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전쟁 이야기다. 나 교수는 아프로디테에 관해 설명했다. 아프로디테는 트로이 편 여신이고, 그리스쪽 장군인 디오메데스가 아프로디테에게 상처를 입힌다. 아프로디테는 분노한다. 한낱 인간이 성스러운 신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화를 내며, 제우스 신에 가서 항변한다. ‘일리아스’에 보면 아프로디테 왼손 손등에 상처가 났다고 나온다. 나 교수는 “손등에 난 상처는 법의학적으로 보면 방어 손상이다.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손바닥이면 적극적인 방어 손상, 손등 쪽이면 소극적인 방어 손상이라고 구분한다”라고 설명해줬다. 나 교수는 법의학 수업을 하면서 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렇기에 책을 쓸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7월에 두 번째 책 나온다=나주영 교수는 7월에 책이 또 한 권 나온다고 했다. 역시 드레북스 출판사를 통해서다. 원래는 그 책 원고를 먼저 드레북스에 보냈다. 지난 여름이다. 드레북스가 법의학책을 낸 바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측이 원고를 보고, 법의학 총론에 관한 책을 써달라고 요청해왔고, 이렇게 해서 쓴 원고가 먼저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7월에 나올 책은 ‘법의학자의 독서 노트’로 가제를 생각하고 있다. 나 교수는 “죽음과 관련된 책들 10권이 말하는 죽음을 법의학적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해서 썼다”라고 말했다. 10권의 책이란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지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스미노 요루 〃)’,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미치 앨봄 〃)’, ‘제7일(위화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