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알츠하이머병과 싸우는 사람들: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③
묵인희 교수의 개인 연구방향은...

아밀로이드 베타 뇌 축적 정도 파악으로 진단 개선
1998년 여성 환자 많은 것에 주목 에스트로겐 가설 제시

기자명 최준석 기자 (jschoi@themedical.kr)

묵인희 교수의 국제 알츠하이머 질환 연구 학계 내 위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 미국 NIH 산하의 국립노화연구소(NIA)가 있다. NIA가 7월 19, 20일 양일간 비대면 워크숍을 연다. 학계의 별과 샛별 8명이 발표한다. ‘별’은 마크 쿡슨(Mark Cookson, NIH)과 같은 연구자이고, 샛별은 트레이스 영-피어스(하버드 줄기세포 연구소), 리-훼이 차이(MIT)와 같은 이다. 묵 교수는 8명의 발표자 중 한 명이고, 인간 뇌 오가노이드 관련 발표를 한다.

 

그는 오는 1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신경과학회(SfN)에서 뇌 오가노이드 관련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장-뇌 축 관련 ‘미니 심포지엄’을 주관하고, 발표도 할 예정이다. SfN은 세계 최대의 뇌신경학회다. 그가 SfN측에 ‘장-뇌 축(axis)’ 세션을 조직하겠다고 신청했으며 그게 받아들여졌다. 묵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SfN에서 미니 심포지엄 행사를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뇌 오가노이드 연구를 크게 하고 있다. 연구실 인력의 3분의 1인은 뇌 오가노이드 연구를 진행중이다. 요즘은 뇌 오가노이드 논문을 많이 내고 있으며, “어제도 논문이 하나 학술지에 나왔다”라고 했다. 묵 교수는 “뇌와 장이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장-뇌 축 연구를 하고 있어 장 오가노이드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뇌 축 연구는 자폐 쪽에서 연구자의 논문이 나왔고 해당 논문은 2013년 최상위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이후 장-뇌 축 연구는 파킨스씨병, 뇌졸중 등 다양한 뇌질환으로 확대되었다. 묵 교수는 2017년쯤 장-뇌 축 연구를 시작했다.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진=오철민]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진=오철민]

묵 교수 연구실 인력의 다른 3분의 1은 뇌 면역세포인 신경교세포 연구를, 다른 3분의 1은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축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 모델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예전 연구 중에서 묵 교수가 뿌듯하게 생각하는 걸로는 RAGE 단백질을 찾아낸 게 있다. RAGE는 뇌혈관 벽에 있는 단백질이다. RAGE는 아밀로이드를 수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4년에 학술지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논문을 냈다. 묵 교수는 “그렇게 좋은 학술지는 아니었지만,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RAGE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가 만나는 걸 막으면 뇌혈관벽을 통해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안으로 들어가는 걸 차단할 수 있다. 묵 교수는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의 결합을 차단하는 매개 물질(modulator)을 개발했다.

 

발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런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해서 어디를 공략하면 치료제가 될 수 있나를 연구한 거다. 개발한 매개 물질을 2010년 다국적 제약업체 로슈에 기술 이전했다. 기술 이전료로 2억 9000만 달러(당시 한국 돈 3290억원)를 받았다. 로슈는 이후 약품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포기했다. 하지만 제약업체 머크가 묵 교수가 알아낸 연구에 착안, ‘매개물질’을 개발해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묵 교수는 “내가 못했지만, 뿌듯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미 있는 연구는 2020년에 학술지 ‘브레인’(Brain)에 낸 게 있다. 알츠하이머 진단 표지자 4개를 혈액에서 찾아낸 연구다. 기술이전을 했고,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진단 표지자 4개 수치를 측정하면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신경세포에 얼마나 축적됐는지를 알 수 있다.

 

묵 교수가 “한 분야에서 계속 연구를 해서 좋은 논문을 그냥 쭉 쌓아갔다. 사이언스와 네이처에는 아직 논문을 못 냈다. 그래서 퇴임하기 전에는 꼭 낼 거야, 이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아니 꼭 내고 싶다는 건 아니고, 남들이 말하는 ‘하나의 돋보이는 연구’ 이런 게 있으면 뿌듯하기는 하다”라며 쑥쓰러운 듯 웃었다.

 

한국 학계에서, 혹은 국제적으로 묵 교수가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로 이름을 얻은 연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묵 교수는 “연구 초기인 1998년에 ‘에스트로겐 가설‘을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제시했다”라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이어갔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다. 여자가 전체의 60%를 넘는다. 전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살아서 그렇다했다. 하지만 그냥 단적으로 봐도 여자 환자가 많다. 왜 많을까? 나는 ’에스트로겐이 작용할 거다‘라고 제안했다. 에스트로겐은 흔히 여성 호르몬이라고 한다.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0 가까이로 떨어진다. 반면 남자는 남성호르몬이라고 하는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일부 바뀐다. 80세까지 에스트로겐 수치가 유지된다. 그는 에스트로겐 가설을 제시하고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계속 논문을 냈다. 인용이 많이 됐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자의 웹사이트인 알지포럼(Alzforum)에서 얘기가 크게 회자됐다.”

 

콜레스테롤 저해제로 스타틴이라는 약물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건 이 물질로 만든 바이엘의 ‘리피토’다. 리피토를 먹은 그룹이 알츠하이머에 덜 걸린다는 임상 시험 결과가 언젠가 영국 학술지(Lancet)에 나왔다. 묵 교수는 당시 카렌 샤오에게서 받은 알츠하이머 유전자 변형 생쥐를 갖고 있었다. 동물 모델에게 리피도를 먹였다. 그리고 지켜봤다. 그 결과, 수컷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증세 완화 효과가 있으나 암컷에서는 없었다. 논문을 썼다. Alz포럼에서 다시 격론이 벌어졌다. 알츠하이머병와 파킨스 병 관련 유명학회인 Ad/PD라고 있다. 학회에 갔더니 묵 교수가 쓴 논문 내용을 두고 참석자들간에 토른이 벌어졌다. 논문 저자가 바로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갑론을박을 했다. 그는 나설까 말까 망설였다.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진=오철민]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진=오철민]

묵 교수는 “나는 임상과 연결되는 연구를 했다. 기초연구를 하고 논문 쓰고 끝내는 게 아니고, 기초 연구를 갖고 치료제 개발까지 해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임상 현장에서 질문을 찾았다. 그는 사업단장으로 일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을 터인데도 “열심히 논문 읽는다”라고 했다. 국내 사이트(BRIC)와 해외 사이트(Alzforum)를 매일 들어가 최신 논문을 체크한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여성 리더십 강연을 많이 한다. 여성 과학자로 위상 때문이다. 그는 여자 제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결혼 후 연구를 포기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 자신 미국 유학 갔다고 생계와 육아를 위해 연구를 중단한 바 있다. 그는 제자들, 그리고 강연에 가서 청중에게 이렇게 말한다. “기죽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그렇다고 수퍼 우먼이 될 필요는 없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고, 방향이 중요하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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