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알츠하이머병과 싸우는 사람들: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①

FDA, 지난해 알츠하이머 약 아두헬름 첫 승인

기자명 최준석 기자 (jschoi@themedical.kr)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진=오철민]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진=오철민]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한국 알츠하이머 질병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지난 6월 16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구역 내 함춘회관 3층으로 찾아가면서 묻고 싶은 게 있었다. 9년 전인 2013년 취재했을 때 그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전망을 밝게 얘기한 바 있다. 그런데 그 후, 정확히는 최근 들어 내가 지난 몇 년간 만난 다른 생명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와 치료제 개발과 관련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려줬다. 그들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생쥐를 갖고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했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사이언스, 네이처와 같은 최상위 과학학술지가 연구를 대서 특필했다. 그런데 약물을 사람에 적용해 보니 효과가 없었다. 임상 시험에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생쥐와 사람은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길을 잃었다. 알츠하이머병 공략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묵 교수에게 이 말을 전하고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그는 9년 전과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치료제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아두헬름(약물 이름 아두카누맙)이라는, 바이오젠이 만든 약이다. 아두헬름, 물론 문제가 아주 많다.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를 없애기는 하나,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 염증과 같은 부작용도 있다. 또 약값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알츠하이머병 약 개발 속도가 빨라질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병 ‘원인 치료제’로 승인한 ‘아두헬름’.

FDA가 약품 승인을 내줄 때는 ‘골든 스탠다드’를 기준으로 한다. ‘기존의 약 대비 몇 퍼센트 효과가 좋다’라는 게 신약 승인을 위한 판단의 근거다. 기존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없었다.그러니, 치료제 승인 신청을 해도 비교할 게 없어 승인을 내주기 힘들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기준이 생겼기 때문에 그것보다 효과가 좋으면 약품 판매 승인이 날 거라고 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게 대단히 많다. 묵 교수에 따르면, 현재 3상이 진행 중인 치료제 후보가 21개다. 2상 과정에 있는 건 71개이고 1상이 진행 중인 물질은 엄청 많다. 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동물시험을 하고, 그런 뒤에 사람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한다. 임상 시험은 1상, 2상, 3상이란 과정으로 진행되며, 1상에 통과해야 2상으로, 2상을 통과해야 3상으로 간다. 3상에서 약효가 확인되면 약품으로 승인받는다.

묵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이 개선된 게 긍정적인 단서 중 하나라고 했다. 뇌는, 알츠하이머병 증세가 나타나기 10년 전 혹은 15년 전부터 망가지기 시작한다. 즉 아밀로이드베타와 같은 물질이 뇌 신경세포에 쌓여간다. 쌓임에도 일정 기간은 인지 능력 저하 증세가 나타나지 않기에 그런 일이 진행 중인지 모른다. 이걸 알아낸 게 2010년 쯤이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여있는지 여부는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으로 뇌를 찍어보면 알 수 있다. 이제 알츠하이머병 조기 대응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아밀로이드 PET이 나오면서 제대로 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을 정확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아밀로이드 PET이 나오기 전에 진행했던 임상 시험에는 구멍이 있었다는 것이다.

임상 시험 약물 효과 테스트를 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환자가 아닌 사람들 해서 두 그룹으로 나눈다. 이들을 환자군과 대조군이라고 부른다. 기존에는 환자군과 대조군을 임상 증상에 따라 분류했다. ‘환자군‘의 경우 기존에는 약물을 줘도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환자는 뇌 신경세포가 사실상 다 죽고 이미 끝난 상황이었으니까. 인지 능력에 문제가 생긴 시점에서는 뇌가 크게 망가져서 되돌리기 어렵다. ‘대조군’에도 문제가 있었다.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라고 믿었던 대조군의 20%는 나중에 아밀로이드 PET으로 뇌를 찍어 보니 알츠하이머병 환자였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들어간 ‘대조군’을 대상으로 한 과거의 약물 효과 시험은 정확할 수가 없다. 요즘은 환자군과 대조군을 선정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PET으로 사진을 찍는다. 임상 증상하고 상관없이 사진 자료만으로 대조군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정한다. 묵 교수는 “앞으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성공 확률이 확 높아질 것이다. 이제 진짜 원인 치료제가 나온다. 나는 매우 희망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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