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기업人 ① : 정재훈 아이도트 대표이사

저개발국가 여성 자궁경부암 사망률 크게 낮춰
ISO 13485 인증으로 저개발국가 수출길 열려
“인공지능은 보조수단, 의사 대체는 안될 말”

기자명 박정미 기자 (jmpark@themedical.kr)

아이도트(대표 정재훈)는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자궁경부암 AI(인공지능) 원격 판독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다. 아이도트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AI 원격판독 시스템 이름은 써비레이(Cerviray) AI. 지난 7월 정재훈 대표는 써비레이 AI의 ISO13485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정 대표는 지난 7월 13일 더메디컬과 만나 “ISO 13485 인증은 유럽과 캐나다가 요구하는 높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획득이 가능하다. 인증을 획득하면 세계 주요 국가에 의료기기를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라고 기뻐했다. ISO 13485 인증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표준 규격이다. 의료기기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요건을 만족하는 경영 시스템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보유했는지를 판명하는 인증 제도다. 이에 앞서 써비레이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에서 3등급 의료기기 허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 ISO13485인증을 받은 건 겹경사다.

 

정재훈 아이도트 대표이사(왼쪽)와 최성원 부사장. [사진=성유숙]
정재훈 아이도트 대표이사(왼쪽)와 최성원 부사장. [사진=성유숙]

 

국내 대학병원과 협업으로 탄생

정재훈 대표는 아이도트를 2014년 6월 설립했다. 그는 증강현실이나 모바일 게임과 같은 모바일 솔루션 사업을 하다가, 이때 처음 의료 분야에 진출했다. 아이도트는 의료 ICT 전문기업이다. ‘독보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건강한 미래를 만든다’가 회사 모토. 아이도트는 현재 써비레이 AI 외에 경동맥 초음파 기반의 뇌졸중 사전 스크리닝 시스템(소노닷 AI), 실시간 내시경 AI 시스템(기가닷 AI), 뇌동맥류 파열예측 AI(나노닷 AI)를 개발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총) 기반의 알코올성 간 질환 진단 AI 제품, 심평원 심사프로그램으로 활용예정인 요관결석 진단 AI 제품은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써비레이 AI는 아이도트의 대표 제품이다. 정 대표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기반 자궁경부암 원격판독 AI 시스템이다. VIA를 기반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VIA 검사는 Visual Inspection with Acetic-acid(초산육안검사)의 약자다. 자궁경부에 3~5% 농도의 초산을 발라 비정상적인 세포가 하얗게 변화하는지를 보고 자궁경부의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 일반적인 세포검사(Pap smear, TCT등)와 비교하여 간단하고, 빠르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연구실 인프라를 갖추고 병리학자를 통해 현미경 검사를 진행하는 세포검사,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와 달리, 전문 판독 의사가 즉석에서 육안으로 검사하면 된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VIA 기법은 주관적인 검사일 수 있고, 또 판독을 위해서는 전문판독 의사를 양성해야한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써비레이 AI. ⓒ아이도트
써비레이 AI. ⓒ아이도트

정 대표는 “이런 문제를 써비레이 AI는 인공지능을 도입해서 해결했다”라고 설명했다. 써비레이 하드웨어로 촬영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유무, 중증도 또는 질병 상태 등에 대한 가능성을 자동으로 표시해준다. 인공지능 서버에서 분석된 결과는 의료진에 즉시 전달되고 보조 자료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필요한 진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이렇게 기존 VIA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단점은 극복한 차별화된 제품이다.

정 대표는 제품 개발을 위해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의 국내 정상의 산부인과 교수진의 도움을 받았다. 기기는 진단 정확도가 93%에 달한다. 아이도트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위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은 AidotNet v1.1이다.

정재훈 대표는 IT 분야에 잔뼈가 굵었지만, 의료와 접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IT 전문기업이라 의료 쪽의 지식이 없어 교수님들께 자문을 많이 구했다. 처음에는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자문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세미나도 열고 의학적인 내용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었다.”

 

써비레이 AI 소개 영상 캡쳐 화면. ⓒ아이도트
써비레이 AI 소개 영상 캡쳐 화면. ⓒ아이도트

인프라 부족한 저개발국가서 각광

2014년 창업 하고 초기에 정재훈 대표는 ‘중국시장’을 목표로 했다. 중국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 의료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 많았고, 자궁경부암 검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과 의료 선진국은 자궁경부암 검진을 위해 세포검사와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 하지만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검사장비 도입에 한계가 있고 장비가 있더라도 현장에서 판독하는 의사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VIA 스크리닝, 즉 초산육안검사 방식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원격으로 판독하면 관련 인프라와 의사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 등 여러 의료진과 함께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해당 국가의 보건부 등에 대한 사전 질의를 통하여 그 유용성과 효용성을 먼저 파악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가별로 최적화된 솔루션들을 개발하게 되었다.”

써비레이 AI 소개 영상 캡쳐 화면. ⓒ아이도트

인공지능 의료 ICT 솔루션의 해외 진출은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 정 대표는 “자궁경부암 관련 한국의 인공지능 의료 ICT 솔루션을 처음으로 수출한 사례”라고 말했다. 써비레이 AI는 2020년부터 글로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 현재까지 16개국 40여 개 파트너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올해 초 인증을 완료하고 제품을 수출하였고, 현지 병원과의 제휴를 통한 검진에 사용하고 있다. 검진 건 수 당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여성 암 발병률 가운데 자궁경부암이 1위를 차지한다.

필리핀에는 2020년 판매를 시작했으며 이후 1200건 이상의 누적 검진 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수많은 섬으로 이뤄져 있어 자궁경부암 검사를 원활히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또 인도에서는 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제품 성능을 인정받아 7월 중 의료기기 승인 및 첫 물량 수출이 예정되어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현지 국립암센터에서 600명 환자 대상 테스트가 마무리 단계이며, 제품성능을 인정받아 현지 보건부와 재무부에서 국가 차원의 검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태국, 러시아, 이란, 볼리비아, 키르기스스탄 등 여러 국가와 제휴 논의가 진행 중이다.

“써비레이 AI는 해외 유사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일회성 매출이 아닌 꾸준한 해외 매출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했다. 자궁경부암을 앓는 많은 나라의 여성을 조기진단을 통해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

​써비레이 AI 소개 영상. ⓒ아이도트

특히 지난 6월 식약처에서 받은 3등급 의료기기 허가 승인은 아이도트의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한국 회사인데 한국의 인증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갔다. “아이도트는 한국의 인공지능 의료기기 3등급 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했다. 그러다보니, 인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결국 승인을 받아냈다. 한국 정부로부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인허가를 받아냈다는 것으로 중저개발 국가에서 인허가를 받는 것이 수월해졌다. 물론, 한국의 인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해당 국가에 100% 다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국가의 제도가 있으면 이것을 기반으로 등록 작업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인허가 프로세스가 엄격하기 때문에 한국의 인허가 자체가 하나의 ‘보증’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시장에서도 점차 제품 수요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 자궁경부암 검진을 진행하는 한국필의료재단 산하의 87개 산부인과가 써비레이 AI를 사용하고 있다.

“식약처에서 3등급 인허가가 났기 때문에 올해까지 300개 이상의 병원을 개척하려 한다. 내년에는 800개 이상의 병원에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는 써비레이 AI로 아이도트가 자궁경부암 사전 검사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도트가 보유하고 있는 추가 의료아이템들을 지속해서 해외에 진출시키겠다는 것. 이를 통해 그는 “인공지능 기반 조기진단 및 예방의학 분야에서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외형 성장에만 치우치지 않고 내실 있는 회사경영을 통하여 작지만 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아이도트의 최종목표는 ‘조기진단이 가능한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과, 이를 통해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정재훈 아이도트 대표이사. [사진=성유숙]
정재훈 아이도트 대표이사. [사진=성유숙]

의료 분야 업데이트 인허가 거쳐야

정재훈 대표는 의료 ICT 분야는 발전 속도가 늦다고 답답해 했다. “의료 분야는 안정적이어야 하고, 업데이트도 인허가를 거쳐서 해야 하니까 IT처럼 급격하게 변할 수 없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원격진료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써비레이 AI는 의사와 의사간의 원격 자문, 원격 판독을 도와준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은 진료 분야가 아니라 원격 판독 분야다. 의사에게 시스템을 제공하면 의사들이 자궁경부암 관련 의견을 교환하거나, 판독을 할 때 자문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정재훈 대표는 인공지능 의료에 대해 “인공지능은 임상 보조, 임상 지원,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보조수단이지 판단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인공지능으로 암을 정복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의사를 도와주고 그가 의사결정을 잘 내릴 수 있도록 안내하며, 놓치는 부분이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도록 협업을 하는 포지션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랬다몀 한국 의료 인공지능 산업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한다는 말들이 나오면서 인공지능 의료 장비는 의료계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

“각각의 역할이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IT 분야가 의료전문가의 일을 덜어주고, 판단함에 있어 정확도를 높여줘야 의료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간다.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보조해주는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