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책 브레인 인터뷰 ①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3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1%
정부 내 컨트롤 타워 없어 장기계획 못세워
저출산·고령화 묶어놓은 위원회도 엉터리

건보 재정 곧 바닥, 기금 보전만으론 한계
정부 커뮤니티케어 모델도 정착 어려울 듯
의사 중심 지역돌봄 서비스로 바꿔야

기자명 최준석 기자 (iohcsj@gmail.com)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성유숙]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성유숙]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용산의 전자랜드 인근 ‘삼구빌딩’ 7층에 있었다. 삼구빌딩은 ‘삼구쇼핑’의 흔적이다. 한때 잘 나가던 온라인 쇼핑 업체는 이제 빌딩 앞에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듯하다. 8월 17일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정책연구소로 우봉식 소장을 만나러갔다. 의료정책연구소는 국내 최고의 전문직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싱크탱크다. 우 소장은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원 등 직원 20명을 지휘하여 의협의 각종 현안 및 중장기 정책 과제를 연구한다.

우봉식 소장을 만난 건 임박한 초고령화사회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듣기 위해서다. 우 소장은 『의료 딜레마: 초고령 쓰나미가 몰려온다』(사진)라는 책을 최근에 냈다. 우 소장은 “2025년이면 한국은 초고령사회가 된다. 그러니까 3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한국사회에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는 거다. 사회변화의 쓰나미가 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너무나 태평이다”라고 말했다. 우 소장은 그래서 책『의료 딜레마: 초고령 쓰나미가 몰려온다』를 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사회에 대해서 이렇게 전문적으로 쓴 건, 우리가 처음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보고서 형태로는 많이 나왔으나, 일반인에게 설명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의료 딜레마: 초고령 쓰나미가 몰려온다』
『의료 딜레마: 초고령 쓰나미가 몰려온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되는 사회를 가리킨다. 초고령사회의 전단계는 고령사회다. 고령사회는 노인이 전체의 14-20%인 사회이며, 한국은 현재 고령사회다. 또 고령사회 이전은 ‘고령화 사회’이며, 고령화 사회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7-14%인 경우다. 한국은 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 단계를 뜀박질해 가고 있다.

그는 “정부조차도 태평하다. 정부가 장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정부에 날을 세웠다. “한국 정부는 장기 계획이 없다. 공무원은 2년 주기로 업무가 바뀐다. 그러니 2년짜리 정책만 넘쳐난다. 2년 열심히 해서 승진하거나 영전하면 끝이다. 5년 후, 10년 후 계획이 없다. 특히 초고령 대책이 이렇게 겉도는 이유는 컨트롤 타워가 되어,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조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복지부 안에 노인 정책과도 있고, 노인정책관, 그리고 여러 사회복지 부서와 인구고령화 대책은 있다. 그럼에도 이를 전체적으로 통제하고 이끌고 가는 사령탑이 없다. 총대를 매는 사람이 없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복지부 1차관이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사람 아니냐고 그에게 물었다. 우 소장은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게 있기는 하다. 위원회는 2005년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근거한다”라며 “그런데 저출산과 고령화를 묶어놓으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엉터리다. 고령화 이슈는 사라지고 모든 일이 저출산으로 가버린다”라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든 발상을 비판했다. 그의 말을 계속 들어본다.

“유치원하고 노인정을 묶어 놓으면, 노인이 어린이를 돌봐주고, 어린이가 재롱을 피우고 해서 어른들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헛된 망상이다. 현실은 어떤 줄 아느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음식을 놓고 노인하고 어린이가 싸운다. 노인이 애가 된다. 거의 20년 전에 잠깐 유치원과 노인정을 묶어놓는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 조차 나오지 않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보니,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실제로 일하는 건 부위원장이고 현재 국회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맡고 있다. 우봉식 소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또 엉뚱한 일을 한다며 비판했다. 우 소장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는 의사가 한 명 들어가 있는데 산부인과 의사다. 우 소장은 “과연 이 분이 고령사회에 대해 얼마나 심도 있는 고민을 할 수 있으며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본위원회 말고 정책운영위원회가 있다. 정책운영위원회 22명의 위원 중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가 보인다.)

◇초고령사회 쓰나미의 얼굴=초고령사회가 가져오는 쓰나미의 실체는 무엇일까? 책의 머리말에서 그는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건강보험 재정과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쓰나미의 두 얼굴은 의료비 급증과, 현재의 의료체계가 흔들리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다.

의료비 급증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데는 의료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한다. 우 소장이 책의 서문 내용을 옮겨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의료비는 2010년 이전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그 이후 노인인구 비율이 급증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17년 8월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한 이후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의료비 증가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코로나 19라는 특별한 상황 속에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의료비 지출 증가가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2020년 연숙해서 건보재정은 단기적자를 보이는 등 건보재정의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우 소장은 더메디컬과 만나 “건강보험 재정은 이제 한계에 곧 부딪힌다. 법에 의해 월급의 8% 이상은 의료보험료로 가져갈 수 없게 되어 있으나, 8%에 곧 도달한다. 현재는 6.98%이나 상승세가 빠르기 때문이다”라며 “내 월급에서 의료보험료를 8%이상 떼간다고 하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는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반문했다. 우 소장은 이어 “그러면 제3의 건강기금과 같은 데에서 보전하는 방식으로 해서 의료보험료를 8%이상으로 올리지 않도록 할텐데, 그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라고 말했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사회가 의료비 급증을 통제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우 소장은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의료전달체계의 혁신과, 돌봄 시스템 개선이다. 한국의 의료전달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고령화 사회 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는 게 우봉식 소장의 말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으나, 한국과 다르게 의료비 급증 추이가 완만하다. 일본은 노인 인구 비율이 1987년 10.9%→1997년 15.7%로 급증하는 동안 의료비는 국내총생산의 6.4%로 똑같았다. 반면 한국은 2010년 노인인구 비율 10.8%일 때 국내총생산 대비 보건의료비가 5.9%였으나, 2019년에 노인인구가 15.7%로 늘어났을 때 국내총생산 대비 보건의료비는 8.2%로 급증했다. 우 소장은 “이는 단지 고령화의 영향만으로 의료비가 급증하는 게 아니며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1차 의료기관이 지역에서 역할을 해주면 대형병원으로 갈 환자가 줄어든다. 그렇게해야 대형병원에 가서 줄 길게 서고 오래 기다린 끝에 1분 진료 받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1차 의료기관이 지역에서 역할을 해주면 대형병원으로 갈 환자가 줄어든다. 그렇게해야 대형병원에 가서 줄 길게 서고 오래 기다린 끝에 1분 진료 받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우 소장은 의료전달체계의 혁신을 통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현재의 문제점을 압축하면 수도권의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한편, 거주지 인근 지역 병원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1차 의료기관을 신뢰하지 않으며, 걸핏하면 대학병원을 찾는 게 현실이다. 1989년 전 국민 대상 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이같은 문제는 꾸준히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정책이 도입됐다. 하지만 ‘1차의료기관 외면, 대형병원 선호‘ 현상은 누를 수가 없었다.

우 소장은 “한국은 의료 전달체계가 무너졌다. 그게 지역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내가 대한의사협회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의료전달체계에서의 1차 의료기관 역할 강화”라고 말했다. 의료 전달 체계가 무너져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지역의 환자들이 몰리고, 그로인해 지역의 병원은 더욱 환자 수가 줄어듦에 따라 경영이 어려워진다. 병원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그 지역을 떠나게 되고, 이는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소장은 “1차의료기관이 지역에서 건강한 역할을 해 주면 대형병원으로 가는 환자가 줄어든다. 그러면 국민도 살고, 의료와 국가도 산다. 그리고 의사들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가서 줄 길게 서고, 그렇게 오래 기다린 끝에 1분 진료 받는 현재의 진료 현장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주치의 제도에 대한 오해=1차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주치의 제도다. 한국소비자 연맹(회장 강정화) 등 시민단체, 협동조합, 의료단체 98곳이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2020년 8월 10일에 만든 바 있다. 

우 소장은 “주치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이 있다. 영국과 한국은 의료 환경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영국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주치의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그는 “한국에서 주치의를 하자는 건, 연목구어(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다는 고사성어)와 같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거다. 영국식, 미국식 주치의를 그대로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런 제도를 도입하면 일대 혼란이 벌어져 1년도 안 가서 나라가 뒤집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1차의료기관 중심의 커뮤니티케어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영국식 주치의는 불가능하니, 한국 현실에 맞게 1차의료기관이 의료와 돌봄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식 주치의는 환자가 특정 의사에게 등록하면 그 의사가 주치의가 된다. 환자는 몸에 문제가 있을 때 그 의사만을 찾을 수 있고,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볼 수 없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 선택권을 제한해놓은 것이다. 대형병원에 가는 건 주치의가 허락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의료쇼핑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로 자유로운 의료접근성을 보장해 온 한국식 의료 서비스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은 이런 폐쇄적인 주치의 제도는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게 우봉식 소장 말이다. 한국식 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 단계적 주치의제도 도입 등이 정치권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식 주치의제도는 한 발도 못 떼고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서 1차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게 우봉식 소장의 생각이다. “고령화에 따라 질병 패턴이 급성질병보다는 만성질병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1차 의료기관의 역할도 기존의 외래 진료 중심에서 만성질환의 관리, 생활 패턴의 교정과 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치료와 돌봄, 예방에 있어 1차 의료의 역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1차의료기관이 지역 사회 내에서 노인 환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질병 예방을 담당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지역 환자와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월등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대형병원과의 기능적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접근성, 포괄성, 조정성, 지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1차 의료기관은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우 소장은 이를 위해 1차의료기관이 현재와 같이 한 사람의 의사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2인 이상이 공동 개원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데 관심이 있다. 현재의 1인 병원이 한국 1차 의료기관에서 80-90% 된다. OECD국가들은 복수, 즉 2인 이상 공동 개원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 한국 1차의료기관이 커뮤니티 케어를 하려면 환자가 병원에 오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방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동네 병원에 의사가 한 명 더 있어야 한다. 한 명이 방문 진료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은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한다. 우 소장은 “복수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을 여는 걸 쉽게 할 필요가 있다. 당국이 정책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지금도 공동개원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100% 깨진다. 그래서 지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공동개원 표준약관을 연구하고 있다. 헤어질 때에 대비해서 헤어지는 규칙을 정해놓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성유숙]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성유숙]

◇지역 돌봄 서비스 문제=앞에서 우 소장은 초고령 사회 진입을 2년 후에 두고 있는 한국사회가 의료비 급증을 통제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크게 두 가지이며, 그건 의료전달체계의 혁신과 돌봄 시스템 개선이라고 했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은 들어봤으니, 이제 커뮤니티 케어, 즉 돌봄 시스템 얘기를 들어본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거,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으로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추진 로드맵과 4대 중점과제(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을 제시하고 2019년 6월부터 16개 시군구에서 지역 자율형 통합 돌봄 모형을 만들기 위한 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 소장은 “그러나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모델은 과거 영국과 일본에서 실패한 관주도의 모델이고, 비용 절감만을 위한 ‘탈 의료, 탈 시설’을 지향하고 있어 제도 성공과 정착에 어려움이 있을 걸로 예상된다”라고 말한다.

책에 나온 내용을 우 소장에게 더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정부도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염려를 느낀 듯, 2018년에 커뮤니티 케이를 합시다, 라며 깃발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초기다. 커뮤니티 케어 깃발은 올렸는데, 영국의 잘못된 과거 경험을 따라가는 식이었다. 커뮤니티 케어 시작점은 영국이다. 영국이 1983년에 ‘커뮤니티 케어’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고, 1990년에 ‘커뮤니티 케어 법’을 만들었다. 영국은 한국이 너무나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나라다. 영국이 1946년에 도입한 NHS(National Health Service)법이 있는데, 이게 한국으로 말하자면 건강보험법과 비슷하다. 영국은 NHS법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을 국유화했다. 국가가 사들였다. 병원은 정부기관이 됐고, 의사는 공무원이 됐다. 그렇게 의료와 사회복지도 같이 해왔다. 알다시피 모든 걸 공공화하면 서비스가 엉망이 된다. 의료 서비스도 마찬가지가 됐다. 공공화가 확실한 나라가 옛 소련과 북한인데, 엉망진창이다. 나는 소련도 북한 평양의 병원도 가봤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특히 복지체계의 문제를 풀기 위해 영국 정부는 복지를 지방정부로 떠넘겼다. 중앙정부는 일부 국고보조하고, 지방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지역의 복지를 책임지라고 했다. 중앙정부의 복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또 문제가 생기고 잘 커뮤니티케어가 돌아가지 않으니, 1990년에 커뮤니커 케어 법을 만들고,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고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 등 기관들을 민영화했다. 90년대 초만 해도 공공이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의 80%를 공급했는데, 20년 지난 2010년쯤이 되면 민간이 80%를 공급하게 되었다. 완전히 달라진 거다. 그런데 2011년에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영국 최대 요양시설 ‘서던 크로스’(Southern Cross)가 파산한 것이다. 이게 사회문제가 되었다. 영국 정부는 2013년에 다시 해법을 냈다. 중앙정부가 커뮤니티 케어 계획과 질관리 표준을 세우고, 지방정부는 실행 관리 감독을 하고, 민간은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하는 삼박자를 잘 맞췄다. 민간에 모든 것을 맡긴 방식에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역할과 민간 서비스 공급자의 역할이 적절한 균형을 찾았다. 그 이후로 영국은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 소장은 “특히 영국은 의료기관 중심으로 커뮤니티 케어가 진행되어 왔고, 복지의 경우 가능하면 집으로 보내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런데 집으로 가면 오히려 돈이 많이 든다. 모아놓고 서비스를 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집으로 가면 의사와 간호사가 방문해야 한다. 그러니 영국식제도는 시간이 갈수록 비용이 늘어난다.

우봉식 소장은 “영국의 커뮤니티 케어를 보고 일본은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커뮤니티 케어라는 용어를 ‘지역 포괄 케어’라고 표현한다. 일본의 2000년은 한국의 2020년과 거의 비슷하다. 2000년 일본의 노인 인구비율이 16%가 넘는다. 일본은 지금 노인 인구가 거의 30%다. 일본에서 ‘지역포괄 케어’란 용어가 나온 건 2003년이다. 일본에서도 초고령사회에 대비해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2011년에 지역포콸 케어‘를 추진한다.

우 소장은 “일본이 처음에 도입한 게 초기 영국식 모델이다. ’탈 의료시설, 복지중심’으로 간 거다. 이후 일본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분석하니, 당초의 목표 달성이 안되겠다는 걸 깨닫는다”라며 “그래서 2014년에 우리가 흔히 ‘의료개호일괄법’이라고 부르는 법을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개혁을 하지 않으면 고령사회를 떠받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이 된 것이다. 의료개호일괄법 개정과 함께 19개의 법이 개정됐다. 그중 핵심은 의료법 개정이다. 우 소장에 따르면, 일본의 의료기관은 고도급성기(대학병원에 해당), 급성기(지역사회병원), 회복기, 만성기로 구분됐다. 회복기 병원은 노인들이 수시로 입퇴원하면서 아는 질환을 관리하는 지역포괄케어병동이나 재활병동이다. 우 소장은 “일본에서 회복기 병원 제도가 강력하게 지금 성장하고 있다. 회복기 병원은 한국에 없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회복기 병원을 통해 하고 있는 ‘회복’ 개념은 한국의 ‘재활’과는 다르다. 한국은 뇌졸중, 교통사고, 골절 환자가 수술 후 회복을 위한 과정을 재활이라고 본다. 우 소장은 “유럽이나 OECD국가의 재활은 뇌졸중에서 회복되기 위해 가는 재활이 아니다. 수술을 받으면 거의 대부분 재활병상을 거친다”라고 말했다.

한국처럼 외국의 좋은 사례를 빨리 배우는 나라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어쩐 일인가 싶다. 우 소장은 “복지부도 공부를 많이 안 했고, 의료계도 주장을 별로 안 했기 때문”이라며 “내가 2015년도에 재활병원협회를 만들었고, 회장으로 6년간 일했다. 그리고 2018년에 회복기 재활 수가를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회복기 재활병원 시범사업과 본사업을 했고, 현재 전국에 45개 병원이 있다. 우봉식 소장은 “내가 운영하는 병원이 그 병원 중 하나”라며 그가 인터뷰를 시작할 때 건네준 자신의 명함을 가리켰다. 명함에 그는 ‘아이엠재활병원 병원장’이라고 쓰여 있고, 병원 위에는 작은 글씨 ‘보건복지부 지정 재활의료기관’이 보인다.

우 소장에 따르면 일본의 회복기 재활병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재활병원과, 지역포괄케어 회복기 병원이다. 두 번째인 지역포괄케어 회복기 병원이 바로 노인들이 수시로 입퇴원하는 곳이다. 그의 설명을 들으나, 일반적인 회복기 재활병원이란 게 무엇인지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었다.

“일본의 회복기 재활 병상은 의료기관이 병원 단위가 아니고, 병동 단위다. 한국은 재활병원이라고 하는데, 일본은 한 병원 내에서 급성기 병동, 회복기 병동, 만성기 병동 해서 병동제로 운영을 한다. 회복기 병동에 한정없이 입원을 하는 게 아니다. 3개월로 정해져 있다. 노인이 단기 입원을 하고 회복해서 집으로 가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게 지역케어 병동이다. 일본에서 회복기 병동이 10만 병상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걸 2025년까지 일본은 26만 병상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어쨌든 지역포괄케어 도입을 하면서 일본은 의료 개혁을 해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복지부가 2018년에 하겠다고 했고, 2019년에 선도사업을 했다. 전국 6개 지역에서 선도사업을 했는데, 선도사업은 시범사업보다 더 빨리 제도 시행을 하려고 할 때 진행한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다. 우 소장은 “문제는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의 최고 책임자가 보건복지부 1차관이라는 점”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복지부 1차관은 ‘복지’ 담당이지, ‘보건의료’ 담당이 아니다. 복지 담당하는 차관이 이끌고 나가는 건 일본이 2011년에 도입했다가 실패한 모델이다. 일본도 처음에는 복지 중심으로 갔다가 실패했다. 그 이후 의료와 복지를 적극적으로 결합시킨 게 2014년 의료개호일괄법이고. 병원이 필요하면 병원에 언제든지 갈 수 있고, 그다음에 집에 가면 방문 진료해주고, 방문 재활해준 게 2014년 제도다. 일본은 처음에 실패하고 지금과 같은 식으로 바꿨는데, 한국은 왜 일본이 처음에 실패했던 길을 왜 똑같이 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책이 바로 ‘의료 딜레마: 초고령 쓰나미가 몰려온다’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중학교 학군 배정 단위로 지역 포괄 케어 구역을 정했다. 학군은 중학생이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안에 있는 학교들로 묶는 것이고, 지역적으로 접근성이 좋다. 그 지역에 있는 의사들이 노인들을 받들라는 게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가 하는 일이다.

그에게 현장에게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고민을 많을 것이다, 만약에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해 전권을 받는다면 어떻게 현재의 보건의료를 바꿀 것인가를 물었다. 임박한 초고령사회의 쓰나미를 무엇부터 손을 댐으로써 대처해 나갈 것인가? 우봉식 소장은 “병상 총량제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는 병상이 너무 많다. 그런데 병상 관련 계획이 없다. 지역별로, 어떤 기능을 하는 병상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 우 소장은 그 계획을 빨리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도급성기 기능을 하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얼마나 많은 병상이 필요한지, 그 다음에 특정 지역의 병상은 얼마나 필요한지 하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했다.

각 시도에 대학브랜드를 단 종합병원이 잇달아 세워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가 더 어렵게 된다고 우봉식 소장은 주장한다.
각 시도에 대학브랜드를 단 종합병원이 잇달아 세워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가 더 어렵게 된다고 우봉식 소장은 주장한다.

그는 이어 “지금 대학병원 분원들이 수도권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걸 빨리 막아야 하는데, 의료법에 허점이 있어 제대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으로 병상 수 제어 기전이 있다. 대학병원 분원과 같은 종합병원은 시도지사가 개설권,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시도지사는 대학병원 유치하면 자기 업적이 된다. 광명중앙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송도병원이 그런 거다. 대학 브랜드를 가지고 종합병원을 앞세워 짓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 지역민을 MRI검사실로 밀어넣게 된다. 의료비가 폭발한다. 그러면 안된다. 그러니 빨리 병상 총량제를 시행해야 한다. 지금도 과잉이다. 2021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 당 병상 수가 12.7개로 OECD에서 한국이 1위다. 일본을 지난해 제쳤다.”

우봉식 소장은 “보건의료정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병상총량제는 너무 급하니 먼저 해야 한다”면서 “그게 안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1차의료기관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를 하자고 우리가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필수의료 문제도 지금의 현상만을 볼 것이 아니라 인구 고령화에 따른 질병 패턴의 변화와 더불어 의사의 고령화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도전하는 특기 있어”···한때 의료관광업, 20억 빚지기도

 

우봉식 소장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83학번이다. 재활의학을 전공했다. 왜 재활의학을 공부했을까? 그는 “어머니와 형이 청각장애가 있으셨다. 자연스럽게 질병이나 장애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판검사보다는 의사가 낫다. 왜냐하면 판사 검사는 누군가를 벌 주는 일을 하지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 우 소장은 “아버지 말씀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의사의 길을 선택했던 듯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뭔가에 자꾸 도전하는 특기가 있다. 이것 저것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1998년에 교수가 되기 위해 한양대 의대에 갔다. 그런데 IMF외환위기로 1년이 지나도록 발령이 나지 않았다. 다음해 학교를 나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은행사거리에 병원을 열었다. 한양재활의학과의원.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통증 위주로 치료를 했다. 그리고 뇌졸중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해보고 싶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의원급에서 뇌졸중 입원실을 만들었다. 2011년까지 운영하는 동안 환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다.

​2009년 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한국의료관광 홍보를 위해 간 우봉식 소장(사진 오른쪽 끝). [사진=우봉식 소장 제공]
​2009년 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한국의료관광 홍보를 위해 간 우봉식 소장(사진 오른쪽 끝). [사진=우봉식 소장 제공]

병원을 하던 중 2008년 의료관광업에 뛰어들었다. 의료관광업체 ‘닥스투어’를 서울 강남에 열었다. 오전에는 병원 진료하고 오후에는 강남 사무실에 갔다. 짬짬이 해외에 다녔다. 그러던 중 극동 러시아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열악한 의료 환경을 보고 놀랐다. 그 사람들 어떻게 해서든지 제대로 치료받게 해주고 싶었다. 관광공사, 복지부를 설득해서 홍보 로드쇼를 가자고 했다. 러시아에 갔더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국에 갔을 때는 냉담한 반응이었으나, 몇 개 병원과 같이 블라디보스톡에 갔더니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한번 갔다왔는데 환자가 오기 시작했다. 경기 가평에 있는 청심병원, 우리들병원으로 러시아 인들이 몰려왔다. 그때부터 집중 공략을 해서 일년에 한 만 명씩 왔다. 지금도 1년에 수 만 명씩 온다.

청주 아이엠재활병원 모습. [사진=우봉식 소장 제공]
청주 아이엠재활병원 모습. [사진=우봉식 소장 제공]

한국인은 중개수수료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병원에 환자를 일단 소개해 주면 처음에만 수수료를 주고 이후로는 수수료를 주지 않는다. 심지어 환자에게 다음에는 병원으로 바로 오라고 한다. 닥스투어에 얘기하지 말고 병원으로 곧장 연락하라고 한다. 우 소장은 “그러면 열심히 시장 개척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인생이 굉장이 어려운 고비를 맞았다”라고 말했다. 빚을 20억 원까지 졌다. 사업은 망했다. 2010년 7월에 병원을 접고, 전북 익산의 요양병원에 취직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1년 청주에 가서 병원을 열었다. 지금 그가 소유하고 있는 아이엠재활병원을 시작할 때 마이너스 통장을 긁어서 1000만원이 있었다. 사업이 잘 됐고 2017년에 8층 높이로 병원을 새로 지었다. 3700평 대지에 병상 수는 213개이다. 그가 병원 건물 사진을 보여주는데 건물 외벽에 빨간 글씨로 ‘God is Love’라고 쓰여 있다. 성공의 비결을 물으니 그는 “하나님이 다 하시는 거다. 물론 사람도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업한 해인 2011년에는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을 혼자서 병원 당직을 섰다고 했다. 당직실에서 먹고 자고 24시간을 지냈다. 그는 웃으면서 “아마 개원의 중 대한민국 최장 당직일 것”이라고 말했다.